글

라벨이 log인 게시물 표시

003 도착

배송 알림 문자를 받은 다음 날에야 물건을 받아봤으니, 포장지를 삼천 겹쯤 싸고 있었던 건 아니고, 제작 중이었나 보다. 주문한 지 열흘 만에야 시계가 손목에 올라왔다. 액티브2에서 9라니, 넘버를 몇 개나 건너뛴 건지. 이것저것 눌러보는 재미에 며칠은 신났는데, 시계가 보낸 알림 하나가 기분을 뒤숭숭하게 만들었다. '중등도-중증의 폐쇄성 수면 무호흡증 징후가 감지되었습니다.' 찝찝한 마음에 바로 병원에 전화를 넣었더니, 추석 연휴 지나고 방문해 달라는 답이 돌아왔다. 그렇게 잡힌 날짜가 10월 1일이다. 연휴 내내 이 생각만 붙들고 있을 순 없어서, 답답한 마음에 AI를 붙잡고 이것저것 물어봤다. 찬찬히 들여다보니 당장 큰일 날 정도는 아닌 듯해서 일단 마음은 놓았다. 그렇다고 AI 말을 덮어놓고 믿진 않는다. 듣기 좋은 소리를 하면 '제법이네' 하고 웃어넘기고, 불안한 소리를 하면 '됐다 그래' 하고 치워버리다가도, 가끔은 진짜인가 싶어 이것저것 찾아보기도 하는, 딱 그 정도 온도로 대하는 사람일 뿐이다. 어차피 답은 10월 1일에 진료를 받아봐야 나올 것 같다.

002 선물

동생이 생일 선물이라며 스마트워치를 주문해 줬다. 고맙다고 톡 보낸 지가 벌써 며칠인데, 배송 조회 화면은 요지부동 '배송 준비 중'에 박혀 있다. 포장지로 삼천 겹쯤 싸고 있는 건지, 아니면 부품을 지금 깎고 있는 건지는 알 길이 없다. 눌러봤자 바뀔 리 없는 새로고침 버튼만 하루에 대여섯 번씩 헛손질하는 중이다. 나이를 먹어도 선물 상자 뜯기 전의 조바심은 영 덜어내기가 쉽지 않다. 얼른 실물 쥐어보고 손목에 한번 올려보고 싶은데. 일단은 송장 번호가 뜨는 날만 벼르고 있다. 어련히 알아서 오겠거니 넘겨야 속이 편하겠지만, 자꾸 눈길이 가는 건 어쩔 수 없다. 택배가 도착하면 며칠 차고 굴려본 다음에, 후기를 올려 볼 생각이다.

001 시작

블로그라는 걸 처음 만들어 봤다. 세팅하고 모바일 화면 맞추느라 잠깐 씨름하긴 했는데, 어떻게든 굴러가게는 만들어 뒀다. SONGS 탭에 들어가 있는 곡들은 수노AI 유료 플랜 구독료가 아까워서라도 열심히 뽑아낸 작업물들이다. 혼자 외장하드 구석에 묻어두기엔 좀 아깝고, 어디 정리해 둘 자리도 필요해서 일단 1번 타자로 박제해 뒀다. 앞으로는 낚시 다니면서 겪은 조행기나 장비 만지작거린 이야기들도 ANGLING 쪽에 슬슬 채워 넣을 생각이다. 물고기 사진이 풍성하게 올라올지, 아니면 꽝 치고 바닷바람만 실컷 쐬고 온 한탄이 올라올지는 모르겠지만. 그냥 내가 좋아하는 것들 한곳에 던져두는 개인 창고라고 생각하고 편하게 끄적여볼 작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