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4 261011

구룡포에 있는 오션레오호를 타고 무늬오징어 팁런 출조를 다녀왔다. 출조 전날과 전전날 조황이 바닥을 쳤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부터 찝찝했다. 이미 잡아둔 예약이라 취소할 수도 없었거니와, 남들은 몰라도 나는 다를 거라는 근거 없는 자신감 하나 믿고 배에 올랐다.
가을 시즌 첫 팁런 출조랍시고 나가면서, 귀찮다는 핑계로 작년에 묶어둔 원줄과 채비를 그대로 들고나간 게 화근이었다. 그런 채비로 날린 첫 캐스팅에 허공을 가르는 시원한 딱총 소리. 합사가 끊어져 날아가는 순간 헛웃음만 나왔다. 게으름에 대한 대가는 늘 이렇게 정직하게 치른다. 불길한 예감은 역시나 빗나가는 법이 없다. 바다 밑바닥 분위기마저 싸늘했고, 배 전체 조황은 참담한 수준이었다. 배에서 장원을 하신 분이 고작 9마리였다. 그분은 온종일 백경에서 나온 '덜 익은 망고' 에기 하나만 고집하셨다. 요즘 당근마켓에서 개당 2만 5천 원씩 웃돈이 붙어 팔린다던데, 저게 저렇게 먹히는 걸 직접 눈으로 보고 있자니 슬그머니 부러운 마음이 드는 건 어쩔 수 없었다. 그 와중에 꽝을 치고 빈손으로 돌아선 분들도 몇몇 보였다. 개체 수가 적고 입질이 극도로 예민한 날에는, 집어등 빛이 가장 밝게 떨어지는 배 중앙 쪽에서 그나마 반응이 온다는 걸 배웠다. 예외는 캐스팅 각도가 자유로워 선방했던 선수 1번 자리였다. 이렇게 또 낚시 바닥에서 쓸데없이 뼈아픈 데이터 하나를 적립했다. 나는 첫 캐스팅부터 그 난리를 치고도 꽝은 면했으니, 이거라도 건진 걸 다행이라 여겨야 할지 모르겠다. 이번에야말로 의식적으로 사진 찍을 준비를 단단히 하고 나갔는데, 정작 내가 한 마리도 제대로 못 잡고 있다 보니 찍을 만한 게 없었다. 겨우 올린 무늬마저 너무 작아서 사진으로 남기기엔 민망한 수준이었다. 휴대폰은 주머니 속에 방치된 채, 초리만 쳐다보며 무의식적으로 액션만 넣고 있는데, 어디선가 갈매기 울음소리가 계속해서 들려왔다. 하도 시끄러워 고개를 돌려보니, 누군가의 에기에 갈매기가 걸려서 그걸 빼느라 한바탕 소동이 벌어지고 있었다. 신기해서 하던 걸 멈추고 동영상을 찍어봤다. 이날 내 휴대폰에 가장 오래 담긴 건 무늬가 아니라 다른 사람 에기에 걸린 갈매기였다. 조황이 너무 초라해서 글을 쓸까 말까 고민도 했지만, 잘 잡은 날만 남기면 그건 자랑이지 기록이 아니라서, 헛손질한 날도 그대로 적어두기로 했다.
아쉬움이야 한참 남지만, 어쨌든 바다 위에 서 있는 시간 자체는 재미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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